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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황순규 2017. 6. 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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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대만을 갔을 때, 빽빽하게 드러선 오래되고 큰 건물들을 보고서야 '아, 한 때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산다는 나라였지...'라는게 실감이 난 적이 있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통칭 '아시아'로 부르지만, 그 인식 속에 과연 이런 나라들까지 포함하고 살고 있진 않았었다. 왜 그랬을까. 식민지, 해방, 제국주의, 전쟁, 민주화... 다양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책을 통해 아시아의 기억을 걷고, 오늘을 걸어봄으로써야 비로써 아시아라는 존재가 '무겁게' 다가왔다. 몰라서 몰랐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애써 외면하거나 회피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 


아마도 그런 맥락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이야기가 '아시아의 역사를 걷다'의 첫번째 글-어메지징 타일랜드 '섹스의 그늘 아래'-인 것 같다. 식민지, 해방, 전쟁, 민주화에 이르는 과정들은 주체들이 다르니 각양각색의 기억일 순 있겠지만, '자의'보단 '타의'에 의해 만들어졌던 전쟁과 그로 인한 상흔들이란게 다를 수가 없지 않겠나. 

막 식민지를 벗어나 자주적인 국가를 건설해나가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국'이 바로 '미국'. 한국전쟁을 통해 본격화 되었다는 R&R(Rest and Relaxation/Recuperate, 휴식-오락-회복) 기지는 일본, 한국뿐 아니라, 여전히 섹스 관광지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태국에 이르기까지 '기원'이 되었다. 

일본과 한국은 일찌감치 이 벨트에서 벗어나 오히려 섹스 관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이미 이들과는 달라진(?), 달리지려고 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게 이들의 존재는 무엇일까. 아픈 과거를 공유하곤 있지만, '아시아'라는 통칭으로 묶이기는 싫은(?) 이유가 여기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민주화 되었고 발전되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 또한 2016년 겨울 100만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민주주의를 외쳐야 했던 현실이 존재하고, 빈부격차가 나날이 심해지는 현실 또한 존재한다. 늘상 접하는 서구 유럽의 복지국가가 아니더라도. 낯설지만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던/있는 '아시아'로의 관심을 더 기울여봐야겠다. 


2017.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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