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상_log

사랑 받는 사위되기 ^-^~*

황순규 2010. 3. 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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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시간 동안 내렸던 봄 비. 

도시 한 복판, 사무실에 앉아 있던 저같은 사람에게 "비"라는 녀석은 파전에 막걸리, 혹은 소주에 삼겹살을 떠오르게 하는 흐뭇한 녀석이었지만,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에겐 반갑기만 한 녀석은 못되더군요.
작년엔 겨울 가뭄이 심해서 고생이었다는데 올해는 봄 비, 아니 "봄 장마"가 되어버린 덕분에 걱정이 크다고 하더군요. 

예천에서 수박하우스를 하시는 처갓집도 걱정이 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박과 박을 접붙이곤, 한동안 햇살이 잘 비춰줘야 모종이 잘 자라는데. 마냥 비 내리고 흐리기만 했으니 제대로 크지를 않는 겁니다. 제대로 크지 못한 채 죽어버린 모종은 고스란히 새로 돈을 들여 사와야하는 상황이 되었다네요. 

더군다나 바쁘디 바쁜 철, 장인어른이 갈비뼈를 다치셨더군요. 그렇잖아도 딸 넷에 아들 하나인 집안에 힘 쓸 사람이 부족한데, 제일 베터랑인 장인어른이 다치셨다고 하니 걱정이 더 되더군요. 

그리고 예쁜 두 처제들의 "형부~ 이번에 안오시면 미워할꺼에요~"란 말. 지난 주말, 안산에 계시는 처형과 형님이 다녀가셨단 소식. 친구 결혼식 등 약속들은 있었지만, 열 일 젖혀두고, 처갓집으로 향하게 되더군요. ^-^;

마당 한 켠, 고물라디오. "고물"이지만, 운치 있어보이네요.


농촌활동이나 시골에서 일손을 도와본 적은 있었지만, 하우스와 관련된 일은 처갓집에서 해본 게 전부였던지라 익숙한 일이 잘 없답니다. 

지난 달, 수박과 박 접붙이기 할 때도 어찌나 "낯설던지". 쪼그려 앉아서 손톱보다 작은 잎과 줄기를 집게로 찝는 작업이 더디기만 하더군요. 반면 이젠 "달인"이라할만한 옆지기와 처제들은 정말 일사천리더군요. "아~ 차라리 힘 쓰는 일을 시켜줘~"라는 말이 절로 멤돌았었답니다. 

그나마 오늘은. 힘 쓸 일이 좀 있다더군요. 
사위로써, 형부로써 오랜만에 어깨에 힘 좀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은 예감! 
지난 주에 다녀간 형님은 삽질만 엄청했다고 하셨던데,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뭔가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 의욕 가득 일터로 나갔습니다.

수박 하우스, 덮개 덮기 전.


오전 작업은 작년 수확 이후 말아뒀던 "덮개"를 씌우는 작업이었습니다. 
하우스 한 켠에 먼지들과 함께 소복히 쌓여있는 덮개들을 하나씩 짊어지고 들어가 적당한 위치에 깔고, 방향에 맞게끔 적당히 펼쳐두면 되더군요. 
여기서, 방향을 잘못 잡았을 경우 뒤따라 오며 덮개를 제대로 펼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살짝" 더 고생을 하게 된다더군요. 머릿 속에 방향을 계산해가며 펼쳤는데도, 중간 중간에 실수가 생기더군요. ^-^;

수박 하우스, 덮개 덮은 후.


덮개를 다 덮고 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하우스 저 멀리 보이는 짙은색 덮개가 더 신형이고, 앞쪽에 보이는 덮개가 구형이랍니다. 
신형과 구형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신형은 가볍고! 구형은 무겁고! ^-^;


최신형 덮개. 제일 가벼운 녀석이랍니다. 한마디로 나르고, 펼치기 편하단 말이죠. ^-^


20개가 넘는 하우스를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다 관리하십니다. 
"바쁘면 오지 말지, 왜 왔어... 자네 없어도 하긴 다 할 수 있는데.."라고 하시지만, 조금이라도 도와서 훨씬 수월하게 끝날 수가 있었죠. 별 일 없이, 덮개 새로 씌우느라 하우스 한쪽 끝에서 끝까지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던데. 일일이 관리하려면 일이 보통 많은게 아니랍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땐, 품을 쓰기도 하지만. 바쁜철엔 일꾼구하기도 어렵다더군요. 

2시간 남짓 오전 작업을 하곤, 어느덧 점심시간. 
별로 일한 것도 없었는데. 사위왔다고 푸짐한 점심을 준비해주시더군요. 
이럴 때 사위의 역할이란 '맛있게', '많이'먹는거라죠. ^-^

아직은 작물을 심지 않은 하우스 한 켠에, 숯불을 피웠습니다. 일하느라 다들 모습이 말이 아니네요. ^-^;;

절로 소주와 맥주를 부르는 숯불 위의 삼겹살과 양념 등갈비!


느긋하게 고기 구워가며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의 화두는 "사위"가 되더군요. 한나라당이 아니고서는 명함 내밀기도 힘든 대구, 경북에서 지방선거 후보로 나선다고 하니 걱정이 되실수밖에요. 돈 많이 드는 것 아닌가부터 괜히 고생만하는 것 아니냐까지 시종일관 걱정이시더군요. 돈 많이 들지도 않고, 이런게 뭐 고생이냐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단번에 걱정을 덜어드리긴 힘들더군요. 
그래도 "장모님, 안되면 나중엔 "인물로 찍자"카죠 뭐~ 사위가 딴 건 몰라도 잘생깄다 아닙니까?"란 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갈수있었답니다. ^-^; 스스로 생각해봐도 요즘들어 너스레가 많이 늘었습니다. 


점심 먹은 후 작업도 쉬운 작업이었습니다. 
아까 씌운 덮개를 쉽게 씌웠다 벗겼다 할 수 있게 끈을 묶는 일입니다. 하우스 천장까지 높이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키가 작은 편인 옆지기나 처제들에겐 좀 힘든 일이죠. 뒤꿈치 들어 한 번에 천장까지 끈을 묶어나갔습니다. 

이렇게 덮개를 씌우고, 끈을 묶어두면. 수박이 자라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덮개를 씌웠다 덮었다를 반복한답니다. 그렇게 하면서 "온도"를 조절하는거죠. 매일같이 해줘야하는 이 일도, 하우스가 많다보니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끈 묶기에서 오늘의 할 일을 다 끝냈다 싶어서. 진짜 "별로 한 일 없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우스 구조를 만드는 "철봉"을 옮겨야 된다 하시더군요. "그래, 힘 좀 쓰자!"란 생각으로 열심히 날랐습니다. 작은 묶음으로 한 묶음씩 들면 크게 무겁진 않았는데, 길이가 길다보니 균형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맨 앞에 장인어른, 중간엔 처남, 맨 뒤엔 저. 이렇게 3명이서 한 묶음씩 차에 실어 날랐습니다. 

하루 반나절 이상 했던 작업들보다 단연 철봉 나르기의 후과가 오래남는군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안방에 들렀는데, 지난 주에 옆지기가 친정에 다녀오면서 전해 준 제 명함이 안방 TV 한 켠에 꽂혀 있더군요. 처제들말로는 장인어른이 꽂아두셨다더군요. 

더 "사랑 받는 사위"가 되려면. 일 손 돕고, 자주 뵙고 하는 것만큼이나 올 해 꼭 좋은 결과 전해드려야겠습니다. 

2010.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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