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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진보의 가치를 논하는 또 하나의 척도 - 이석기, 김재연 의원 자격심사는 현대판 매카시즘

황순규 2013. 4. 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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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민에 기고한 글 옮겨둡니다.

( http://www.newsmin.co.kr/detail.php?number=2214&thread=21r05 )





두 의원 자격심사는 현대판 매카시즘


매카시즘이 21세기 한국사회에 다시 배회하고 있다. 국무부에 공산주의자 명단이 있다고 서류뭉치를 흔들어 폭로하면서 온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 광풍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그의 폭로는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지만 그 여파는 심각했다. 증거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당했고, 수백명이 조사를 받았으며, 1만여명이 직장 잃어야 했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진보당에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색깔 공세는 스스로 종북이 아닌지를 증명하라는 매카시즘의 재현이다. 사상의 자유를 옹호해왔던 사람들마저도 침묵하거나 비껴서게 만들정도로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폭력과 배제, 사상검증의 논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법과 국회운영방안을 논의하면서 슬쩍 끼워 합의, 발의한 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은 이른바 소수당, 약자에 가해지는 강권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자격심사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북한대변인”, “정당해산 검토” 운운하며 이번 자격심사가 부정경선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진보당 당내 비례경선 부정 논란 건이 자격심사 대상이 아닌 이유는 다음과 같다.

표적이 되어 온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7개월에 걸친 검찰조사에서 아무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입건조차 하지 못한 사건으로 판명되었다. 또한, 진보당 비례경선 관련한 논란과 시비는 진보당의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최고위원회 등 모든 공식 의결 절차를 통해 진실이 밝혀졌고 문제없다는 공식 입장이 이미 의결된 사안이다. 헌법이 보장한 공당의 공식 의결 절차에서 문제없다는 입장이 확인된 것을, 국회가 무슨 자격으로 또 다시 심사한단 말인가.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며, 명백히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만약 진보당 당내 경선 전반이 문제였다면 현재 진보정의당 당적을 지닌 4명의 비례의원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나,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논리의 일관성도 결여하고 있다.

그냥 진보당이 미운 것이다.

 

민주주의 퇴행 가속하는 신호탄될 것


우려해야 할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비단 두 의원 자격심사와 진보당으로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기회로 새정부의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가혹한 배제와 탄압을 이어갈 것이다. 이미 저들이 말하는 종북세력의 범위는 시민단체, 전교조 등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 않은가?

새누리당이야 대선때부터 진보당 이정희 당시 후보의 맹공 때부터 악감정이 쌓여온터라는 점에서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야권연대를 꾸준히 구현해 온 파트너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라 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색깔론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박근혜 정부의 예상되는 기득권 옹호,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힘을 결집해야 할 상대라는 점에서 한마디로 야성을 잃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당당히 소명해 이 참에 털고 명예회복할 수 있는 기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말로 궤변에 불과하다. 길 걷다 남의 발을 밟은 사람이 피해자를 보고 당신도 하필 발을 밟히도록 그곳에 둔 책임이 있을 수 있으니 의도적으로 발을 밟힌게 아니라고 소명하라는 것과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가?

시간이 갈수록 매서운 색깔론 앞에 잠시 비켜섰던 사람들마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색깔론과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 시간이 너무 늦어지지 않게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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