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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백지화”, 도대체 무엇을 믿겠는가?

황순규 2011. 3.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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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계획이 결국 백지가 되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명박 정부야말로 국론분열과 지역분열의 진앙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동남권 신공항 뿐 아니라 그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공약으로 걸었던 사업들이 어떻게 추진되었던가를 떠올려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 반값등록금 공약 등 스스로 약속했던 공약마저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정부여당에게 어떤 “신뢰”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간 정부가 추진했던 사업들은 국민에게 약속했던 바가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 대통령의 뜻이 강한가 강하지 않은가만이 사업 추진의 여부를 가늠 짓는 기준이었다. 감당할 수 없거나 별로 의지가 없는 사업은 말을 바꾸거나 미루고, 대통령의 뜻이 강한 사업은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강행했던 것이다. 그 가운데 지역갈등, 여야 갈등, 신뢰상실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동남권 신공항은 2009년 타당성 조사를 걸쳐 발표가 완료되었어야 할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네 차례나 연기하며 갈등을 키워온 배경에는 2010년 6.2 지방선거 등 “정치적 목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선 정치적 문제가 되었고, 이에 따라 여권내부의 갈등, 지역간 갈등으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언론을 통해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청와대와 여권 일각의 “대안”이 언급되고 있는데, “첨복 땅값 인하”, “대구∼인천 KTX 조기건설” 지원 등의 방안들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경제적으로 무엇인가를 더 해주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비춰질 뿐이다. 지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이미 붉어진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방안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제문제를 넘어 정치문제가 된 신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를 보며 “뚝배기”가 떠올랐다. 한번 데워두면 음식을 다 먹을 때 까지 쉬이 식지 않는 뚝배기처럼 영남권에서 보내왔던 한나라당에 보냈던 지지가 바로 그 뚝배기와 같았던 것이다. 금번의 결론도 아직까지는 뚝배기가 따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장 근본적으로 보여줄 계기는 모든 현안들이 집약되는 “선거”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달라진 민심을 표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변화의 향배가 달려있을 것이다. 

2011. 3. 30. 황순규
 


점심무렵, 한 언론사에서 글 한 편 써달란 연락을 받고 급하게 한 글 적어봤습니다. 신공항건설이 옳으냐 그르냐, 밀양이냐 가덕도냐의 문제라면 딱히 쓸말이 없었지만 "백지화"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하고픈 말이 있더군요. 

글을 쓰면서 지역 언론들을 훑어보는데,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의 인터뷰 멘트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지역민들은 한나라당과 대통령을 찍어준 죄 밖에 없다.”, “구차하게 매달리지 않겠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똘똘뭉쳐 밀양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자.”라고 하셨는데요. 지역 정치인으로써 이명박 정부와 선을 분명하게 긋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한켠으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사죄부터 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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