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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구의원의 지방정치 도전기②] '생각보다 바쁜' 기초의원 활동

황순규 2011. 7. 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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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0일만 일하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냐"
[새내기 구의원의 지방정치 도전기②] '생각보다 바쁜' 기초의원 활동
11.06.30 18:38 ㅣ최종 업데이트 11.06.30 18:38  황순규 (essay99)
  
▲ 상임위원회 활동 모습 2011년 5월 16일 운영행정위원회. 오른쪽 끝이 황순규 의원.
ⓒ 황순규
 지방의회

"요즘 바쁘죠?"

 
평소에 많이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진짜 바빠 보여서 그렇기보다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안부 삼아 묻는 인사말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냥 딱 잘라서 "네, 바빠요"라고 해버리면 혹시나 인사말 뒤에 더 나올 이야기를 잘라먹는 것 같아서 그렇고, "아니요, 별로요"라고 하기에는 하는 일이 별로 없단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그렇더군요.
 
나름 간단한 대답으로 "생각보다는 바쁘네요"라고 합니다. 상황을 절충한 표현이 아니라 솔직하게 느낀 바 그대로를 표현한 것입니다. 저도 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에는 "도대체 기초의원들이 하는 일이 뭐냐?" 하는 불신이 가득했는데, 막상 부딪혀보니 다르더군요. 
 
1년에 공식적으로 회의가 열리는 기간은 105일(의사 일정은 조정이 가능합니다)입니다. 단순하게 나눠보면, 1년 중 1/3만 일하고 월급은 다달이 꼬박꼬박 받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니 의사일정이 없는 동안에는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아니면 다른 볼일을 봐도 됩니다. 솔직히 정말 편하게 산다는 소리도 들을 법합니다. 
 
반면 이미 다이어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행사, 모임, 약속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과연 한가하게 사는 게 맞나 싶습니다. 의사일정은 105일이지만, 그 의사일정 안에서 내용을 반영하려면 그 나머지 시간은 오롯히 '준비'하는 데 쓰이기 마련입니다.
 
혹은 의사일정에 '매진'하기보다는 민원 해결에 주력하시는 의원님들도 있는데, 어떻게 활동하든 간에 바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기왕지사 '기초의원'이 된 것인데, 칭찬 듣고 싶지 욕먹고 싶지 않은 게 보편적인 마음이죠.
 
  
▲ 2011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준비 각종 자료들로 복잡한 책상
ⓒ 황순규
 지방의회

 

기초의원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통상 기초의원의 역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집행부 견제와 감시'와 '조례 제정'입니다.  그 중에서 집행부 견제와 감시 부분은 개별 의원의 힘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조례 제정의 경우에는 1/5 이상 의원들의 서명이 있어야 발의가 가능하기에 혼자 힘으로는 하기 힘든 일입니다. 
 
개별 의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견제와 감시의 '알맹이'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에 의사일정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예산과 결산을 다룰 때, 당장 올해 심사해야 할 부분만 살펴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추이를 살펴보려면 최근 4~5년치 자료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작년에는 어떤 사유로 '절감'했는데, 올해는 왜 절감하지 않았는지, 절감해도 되는 것 아닌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행정사무감사를 하면서는 관내 큰 행사였던 전국평생학습축제와 관련된 예산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해당 부서에서 제출된 자료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타 부서를 통해 받아둔 "1000만 원 이상 공사 수의계약 내역" 자료를 비교해보니 '평생학습축제 진입로 꽃길 조성사업' 등 담당부서 제출 자료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내역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좀 더 '디테일'하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구청 내 각 실·과별 '정수기 임차료 현황'도 따로 정리해봤습니다. 각 실·과별로 천차만별이었는데, 중간 정도의 값으로 전체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수억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만 원은 아낄 수가 있겠더군요. 이렇게 하다보니 정해진 심사기간 외, 자료를 받고 분석하는 시간에는 밤을 샐 일도 많았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활동과 함께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들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작은도서관 건립, 친환경의무급식, 영유아예방접종 등 보육, 교육 중심의 공약들이 많았었는데. 이와 관련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구의 예산 현황과 추이를 분석하여 논리적으로, 예산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함을 제시해야 합니다. 작년에 2차례 구정질문을 했는데, 현황분석에서 대안제시까지 각각 준비하는 데 2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반면 '조례 제정'의 경우에는 1/5 이상의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야만 '발의'가 가능합니다. 아무리 좋은 조례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동료의원들의 '동의' 없이는 발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주민발의제도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예산이 수반되는 조례를 제정할 경우에는 집행부의 의견도 들어야 하는 바, 그렇지 않아도 재정이 어려운데 집행부도 동료의원들도 적극적인 태도로 나올 리가 없습니다. 조례를 제정한다 하더라도 "~해야 한다"의 수준이 아닌 "~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 정리되기 십상입니다. "~해야 한다"는 꼭 해야만 한다는 것인데 반해, "~할 수 있다"는 여건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죠. 

통상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데 '조례 발의·제정 건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데, 결과를 평가하기엔 쉬운 지표지만 실질적인 의정활동의 내실을 평가하려면 그 사전단계인 '상임위원회 활동'을 어떻게 펼쳐왔는지까지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2011년 상반기 구청장-주민과의 대화 구정 전반에 대한 설명이 8할, 주민들 의견이 2할이었던 시간.
ⓒ 황순규
 지방의회


상임위 활동에 공약사업·민원해결까지... 밤 새기도 여러 번
 
앞서 언급한 부분들은 그나마 '회의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딱히 회의록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 의정활동이 바로 '민원해결'입니다(집단청원, 민원을 근거로 한 질문을 하는 경우에는 회의록에 남습니다만 그 정도까지 가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보안등 수리, 도로 보수 등 생활에 밀접한 부분들이 많지만, 복합적인 민원도 많습니다. 담당부서 공무원만 만나도 해결될 일이 있는 반면 예산을 확보해야지만 가능하기에 장기적인 과제가 되는 민원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민원들이 알아서 접수되는 경우도 많지만 동네를 다니면서 받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서 동네 구석구석을 다녀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듯 기초의원 활동은 '생각보다 바빴'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구청 소식지인 <팔공메아리>를 통해서는 상임위원회별 활동 소식과 구정질문, 자유발언이 짧게 소개되는 게 전부입니다. 지역 언론에서도 광역의회 소식에는 관심이 있을지 몰라도 지방의회 소식에는 큰 관심을 돌리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주민들 대부분한테서 "구의원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작년 6·2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많은 기초의원들이 최근에 '의정보고서'를 제작·배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참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를 뽑아준 주민들에게 의정활동을 보고하는 것은 '의무'일 텐데, 그동안에는 선거 앞두고 4년에 한 번 만들어 배포하는 게 관행처럼 되어왔으니 말입니다. 
 
저도 올 초에 첫 번째 의정보고서를 만들어 돌렸는데, 제 손으로 직접 돌린 것도 의미가 있거니와 저를 계기로 동료의원들께서 자기도 만들어야겠다며 관심을 보이시는 게 더 의미있는 변화로 느껴집니다. '고작 기초의원 한 명이 우리 지역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 앞에 조금은 자신감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 그나마 쉬운 도로보수민원 큰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쉽게 해결되는 민원의 하나인 도로보수 민원.
ⓒ 황순규
 지방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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