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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진보의 동아시아적 의미

황순규 2015. 9. 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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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보의 동아시아적 의미

저자
김기현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02-12-19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중국은 아시아의 한 마리 용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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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철학콘서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서점’이라는 곳에 가서 책을 샀었다.(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집회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근처에 있던 서점에 들어가게 된 것 뿐 이었다.) 매번 ‘돈이 없음’을 이유로 책을 직접 사보기 보다는 신문에 나는 기획 기사류만 찾아보던 모습을 일정정도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철학콘서트에서는 소크라테스에서 맑스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가’가 실려 있었다. 중, 고 시절 배웠던 ‘박제화 된 철학’이 아닌,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철학이 쓰여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감안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그 당시 시대상 속에서는 가히 ‘혁신적’인 것이었을 수 있고, ‘보편적’이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러한 노력, 혹은 고민들을 단순히 현시대와 비교를 통해서 시대에 뒤떨어진 것, 혹은 박제화 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나의 ‘앎’이 짧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마치 무슨 백과사전 같은 그 책을 덮으면서 기회가 되면 ‘철학’과 관련된 여러 고전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동양철학에 대해서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왜냐고 물으면 뚜렷하게 할 말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도 많이 가져봐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아무래도 예전에 교양강의로 들었었던 <동양철학의 이해>라는 과목 탓인 것 같다. 서양의 변증법과 동양의 이기론, 전혀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비슷한 것도 있는 것 같았던 그 느낌. 동양의 철학이란 것들도 현재적 의의를 충분히 갖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막연한 생각. 그런 것들이 나를 이 책을 읽게 끔 이끌게 되었는 것 같다.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바뀐지 몇 일 되지 않았던 어느 날. 아침에 회의하러 나가면서 ‘뭔가 좀 달라져야 되지 않겠나’는 막연한 생각에 이끌려, 시립도서관에 가게되었고, 막연한 생각에 동양철학관련 서적과 철학과 관련된 왠지 쉬워보이는 책들을 빌려보게 되었다.


 『대학, 진보의 동아시아적 의미』라는 책은 ‘대학’이라는 고전의 ‘해설’서이면서, 현대적 의의를 해석하고 있는 책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옛것이 단순히 낡은 것이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의 그들(선비, 유학...)이 ‘정체’되어있었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물론 국사, 세계사를 배우면서 알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외우는데 급급했던 것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라는 물음을 할 필요도 없었고, 할 수도 없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시작해서, 책의 주요한 내용을 이끌어 내자면, ‘진보’의 동아시아적 의미는 바로 ‘나로부터 시작하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이라는 고전은 간략하되(1753자, 200자 원고지 10장도 안되는 분량) 지도층이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개론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첫 문장에서 ‘강령’이 나오고 있고 <대학지도는 재명명덕하며 재친(신)민하며 재지어지선이니라.> 또한 수신~평천하까지 이르는 실천강령까지 잘 다루고 있다.<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 이것(대학이라는 고전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의 ‘형태’(틀)은 그대로 있으되, 그 용(용도)은 얼마든지 시대에 맞춰 갈 수 있다.

 곧잘 우리는 이런 공부를 했던 사람들을 ‘선비’라고하며, ‘선비’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뭔가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을 현대적으로 보자면 ‘싱크탱크’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정치에 참여도 하되, 본분인 학술적인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적극적인 ‘사회참여 그룹’이었고, 그들의 현실 참여의 목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백성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대학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공부의 성과로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전면화 된 시대 상황 속에서, 생존경쟁만 난무하고, 개인의 삶과 전체 국가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좌표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대학’이라는 공간 또한 ‘사회에 도움이 되는’활동을 지향하기 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삶’을 일궈갈 하나의 공간으로만 자리잡혀가고 있다. ‘철학’이란 삶의 ‘방향’이고, 대학 등의 동양 철학은 그런 것들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온 것들이다. 이러한 ‘고전’에서 지금의 ‘삶’을 곰곰이 반추해보고, 나아갈 바를 고민해 볼 수 있다면, 약간은 ‘삽질’이 될 수도 있을 이런 책읽기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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