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상_log

항상, 한 발 늦은 발걸음

황순규 2009. 12. 16. 00:53
728x90
효목시장에는 "무쇠솥 고기마을"이란 고깃집이 있습니다. 원래는 두툼한 삼겹살과 매콤한 된장찌게가 좋아서 즐겨 찾는 곳이었는데, 최근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답니다. 지난달부터, 사장님이 제 옆지기가 교사로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 공부방에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을 지원하기로 하셨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두툼한 삼겹살. 170g에 7,000원이더군요. 다른 메뉴에 비해 푸짐한 양입니다.


늦은 시간 술자리에서 우연찮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때 공부방을 한다고 얘기를 드리니 선뜻 "후원"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달에 한 번씩 독거노인분들 모시고 식사 대접을 하고 있었다며, 아이들 한 끼 점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이시더군요. 

오랜만에 둘만의 외식이다보니. 삼겹살 3인분도 금방이더군요.^-^;


그 자리에서 당장 약속을 잡을 수 없으니, 다음에 들러서 "약속"을 잡겠단 말을 남기곤 돌아갔었는데. 그 "다음"이 상당히 늦어졌던 어느 날. 답답하셨던지 사장님이 먼저 전화가 오셨더군요. "연락이 왜 없어요? 이러다 시간 다 지나가버립니다~." 그렇잖아두 전화오기 전 2~3일 내로 저녁먹으러 가야겠단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미 한 발 늦어버렸었네요.

그 길로 점심 먹는 시간을 잡고 아이들과 토요일 낮 시간에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었습니다. 보통 5시에 가게 문을 여는데, 주말 낮시간에 아이들 점심을 위해서 점심시간 전부터 문을 열고 직접 음식을 준비하셨더군요. 

고기에 싸먹으면 진짜 맛있는 명이나물.


아이들과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사장님은 "다음에도 또 시간 잡읍시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냥 "다음"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매 달 하루씩 점심을 지원하겠다."는 얘기였는데, 아이들 챙기느라 급했던 제 옆지기도 잘 챙겨듣지 못했고, 숙취에 괴로워하던 저도 잘 챙겨듣지 못했었더군요. 
결국, 이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한 발이 늦어버렸습니다. 며칠전부터 옆지기가 "무쇠솥 가서 약속 잡아야 하는데, 저녁 먹을 겸 한 번 다녀오자."는 얘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못가보고 있었는데, 오늘 사장님이 먼저 간식꺼리 챙겨들고 공부방에 들르셨더군요. 

그을음 청소 하느라, 맛 보지 못하고 돌아올뻔한 된장찌게. 조금 기다려서라도 먹고 왔습니다.ㅎ


이거, 좋은 일 해주신다는데. 먼저 찾아가도 모자랄 판에,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찾아 오도록" 하다니; 죄송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렇잖아도 저녁 먹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꼭 먼저 연락오셔야만 식당에 들르는 것 같더군요. 그게 아닌데 말입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옆지기와 둘만의 외식을 즐기긴 했는데. 늘 한 발 늦은 발걸음에 대한 아쉬움은 남더군요. "언제 한 번 술 한 잔 하려면 언제가 좋겠어요?"란 질문에 "12시에 가게문을 닫으니, 술 한잔 하려면 11시 30분에 오시면 됩니다."라던데, 이번엔 꼭, 먼저 발걸음해야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제 글을 편하게 구독하시려면   를 눌러주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