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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알리, 죽지마

황순규 2015. 9. 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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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알리 죽지마

저자
오수연 지음
출판사
향연 | 2004-03-2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민족문학작가회의 대표로 이라크 전쟁에 파견된 작가 오수연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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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참혹하다.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을 오가며 '중동'이란 곳에서의 현실을 겪으며 작가가 사색하고 고민하던 것. '평화'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더불어 '중동'이란 곳에 대한 '무지'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 미국의 제국주의에 의한 '횡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현실이 이렇게 '잔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니 작가의 이야기를 보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통로조차도 제대로 없는 것이 현실이었던 것 같다.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에서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어설픈 '현실론'을 버리고, '이상론'을 펼칠 수 있을 때. 자신있게 그럴 수 있을 때, 평화란 것이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팔레스타인...

 

『...5월 22일, 지하드가 크게 의지하고 따르던 사촌 '마흐무드'가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이스라엘의 대포 여덟발을 맞아 즉사했다. 그 대포알 한 알마다 500개의 날카로운 못이 내장되어 있었다...

...폭음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간 사람이 지하드였다. 땅바닥에 엎드려져 있는 사촌의 머리를 들어올렸을 때, 지하드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사촌의 가슴을 받친 지하드의 손이 그의 등으로 뚫고 나왔다. 지하다는 기절했으며, 병원에서 깨어난 뒤에도 경련과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내가 죽을 차례다.

그들은 더 이상 나를 살려두지 않을 거다.

내 옷을 간직하고 이걸 볼 때마다

나를 기억해 달라."

 

지하드는 옷을 친구들에게 나눠주었고, 음식을 거부하며 마흐무드의 무덤 앞에 사흘 밤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전화로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공포가 없는 땅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직감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아들에게 돌아오라고 울며 호소했지만, 지하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머니는 지하드가 말한 공포가 없는 땅이라는 게 여기보다 살기 좋은 다른 나라나 도시를 뜻한다고 생각하려 애썼다. 사흘 뒤 지하드는 허리에 폭탄을 감고 텔아비브의 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재작년에 가자 지역에서 죽은 열다섯 살 소년 '파레스'도 이스라엘의 규정에 따르자면 테러리스트다. 그가 이스라엘 탱크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강철로 만들어진 탱크에 던진 것은 돌멩이였고, 맨 몸에 맞은 것은 총알이었다. 이스라엘 군대는 구급차를 막아 그가 길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서서히 죽어가게 만들었다...』

 




2000년 6월 가자 지역 내의 넷차린 교차로에서 이스라엘 군대와 팔레스타인 저항대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우연히 지나가던 열두 살 소년 모함메드 알 두라와 아버지가 양측 사이에 갇혔다. 아이가 있다는 아버지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모함메드는 이스라엘군의 총알에 맞아 숨졌다. 이스라엘 군대는 모함메드를 보지 못했다고 사과했으나, 이 사건은 '제 2차 인티파다'의 한 계기가 되었다. '작은 모함메드'는 인티파다의 상징이다.

 




이라크...

 

『사담 정권은 반미를 존재 근거로 지탱했던, 미국 제국주의의 그림자였다. 그 정권에 의해 죽거나 그런 정부를 가진 탓에 굶어 죽은 사람들은 이라크인들이었다. 그리고 미국이 전쟁을 필요로 할 때 이들은 다시 한 번 선택되었다. 그 결과로 임박한 또 다른 전쟁이다. ... 살기 위해서 죽을 수 밖에 없는 것, 이것이 21 세기 인류 문명이 후진국의 인간들에게 부여한 운명인가. 이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평화'다 그러나 그들은 평화롭게 살 만한 처지였던 적이 없다. 알라를 섬기는 자들, 절반쯤은 이름이 알리인 아들들의 신실한 아버지들, 아부 알리들은 언제쯤 천국에 안 가고도 지상에서 평안해질 수 있을까. 』

 




*인티파다intifadah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위한 전면적 민중 봉기. 1987년에 일어난 제 1차 인티파다, 탱크에 맨손으로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국제 여론을 환기시켜 1993년 오슬로 협정이 맺어졌다. 그러나 약조 사항이었던 이스라엘 정착촌과 검문소 철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팔레스타인인들은 크게 실망했다. 2000년 9월부터 제 2차 인티파다가 일어나 2004년 3월 현재까지 계속 중이다. 제 1차 인티파다로 팔레스타인인 1100명, 이스라엘인 90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분리장벽

팔레스타인 서안에 이스라엘이 세우고 있는 '분리장벽'. 이 벽은 높이 8미터, 길이 1000킬로미터로 베를린 장벽(높이 3미터, 길이 155킬로미터)은 비교도 안된다. 인종차별 장벽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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