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생각_log

‘취업 후 상환제’, 정부와 대학은 웃고, 학생은 운다

황순규 2009. 11. 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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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취업 후 상환제가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교과부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만 봐서는 등록금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고도 남아보입니다. 

<취업 후 상환제(ICL, Income Contingent Loan)>는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어 학생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고, 소득이 없으면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기 때문에 돈이 없어 대학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게 됨으로써 학력, 가난의 대물림 단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 7분위 이하 가정(연소득 4천839만 원 이하 가정)의 35세 이하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하고 △ 상환 기준소득은 본인이 취업해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이상을 벌면 상환율 20%로 원천징수, 소득이 없으면 최고 25년까지 유예가 가능함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짝만 들여다보면, <MB표 취업 후 상환제>는 정부와 대학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줄 ‘대출제도’일뿐, 서민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줄 ‘대책’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학 중 이자부담이 없다는 점만 나아졌을 뿐, 빚을 내서라도 대학을 다녀야하는 대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대학이 등록금을 어떻게 올리든 학생들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게 될 것이니 주머니가 두둑해질 것이고, 정부는 학생들이 졸업 후 135만 3천원(4인 가구 최저생계비)만 넘는 소득을 가져도 그 중 20%를 ‘원천징수’할 수 있으니 쏠쏠한 대출 장사에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영국의 경우 상환율은 기준소득 초과분의 9%, 뉴질랜드의 경우 10%) 나아가 졸업 후 3년이 지나서도 상환이 시작되지 않으면, 정부가 소득과 재산조사를 해 강제상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반면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학자금 대출을 이용해야하고, 졸업 후에는 공부하면서 빌린 ‘돈’에 십 수 년 동안 ‘저당’잡힌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에서 제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 상환에 걸리는 기간은 19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매년 350만원 가량 평균적인 등록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1,900만원 정도의 평균적인 연봉의 직장에 취업하게 될 경우에 19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수 있습니다. 만약 평균적인 연봉의 직장에 취업하는 사람이 사립대학교 등록금을 전부 대출받았다면 아예 대출금을 다 갚을 수도 없으며, 그 빚은 평생 늘어나게 됩니다. 대략 초봉이 월 300만원 이상인 직장에 취직해야지만 ‘10년’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대출금을 다 상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MB표 취업 후 상환제>는 서민지원을 더 줄이고 있습니다. 
연간 450만원까지 무상으로, 그 이상에 대해서는 무이자로 지원하던 학자금이 200만원 생활비 무상지원으로 줄어들었고, 차상위 계층에게 지원하던 105만원 장학금과 소득 1~7분위 계층에 대출이자 지원도 없어지게 됩니다. 

현재 발표된 내용대로 제도가 시행되었을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는 기존 450만원에 달하는 무상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현재보다 2,792만원을 더 갚아야 합니다(매 학기 등록금을 대출했을 경우). 생활비 무상지원 200만원을 반영하더라도 매년 등록금을 융자받으면 1,608만원을 더 갚아야 합니다. 소득 수준이 낮은 1~3분위 학생도 이자 지원이 사라지면서 997만원을 더 갚아야 하고, 4~5분위 학생들은 725만원을 추가 상환해야 합니다. 

본래 ‘취업 후 상환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시민사회 진영에서 등록금 대책으로 주장했던 내용이었습니다만, 이런 제도조차 MB정부 손에서는 ‘대출장사’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대출장사가 아니라, 진정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2년간 물가가 8배 오르는 동안, 등록금은 26배나 올랐습니다. 교재비 및 기타 교육비를 포함하면 연간 교육비는 1,000만원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 서민들이 빚 지지 않고 공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2008년 현재,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63만 명, 대구지역의 경우 29,173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민들을 ‘빚쟁이’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며, 고액의 등록금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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