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생각_log

언론 장악(?) 덕분에 MB의 장기 집권 계획은 더 불투명해졌다.

황순규 2009. 11. 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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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재 위원장에게 들어본 “언론자유와 권력의 방송장악”



“조금씩 밀려왔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잘 막아내고 있다는 것이고. 덕분에 정권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11월 25일, 저녁 7시. 대구 MBC 7층 강당에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의 “언론 자유와 권력의 방송장악”이란 주제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MB독재 반대 대구 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열리는 기획강좌 중 2번째였습니다.

적은 인원에 그나마 좀 더 집중해서 강연을 들을 수 있게, 자리배치를 강연자를 중심으로 살짝 둥글게 해서 앉도록 했었는데. 덕분에(?) 강연장에 들어서는 최상재 위원장이 “흡사 무슨 청문회 분위기 같습니다.‘라며 운을 뗄 수밖에 없었고, 참석자들은 ”간담회가 맞는 거 같은데요?“라며 응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시간 남짓.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 되던 날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향후 계획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많은 얘기들 중에서, 제가 정리할 수 있었던 부분들만 소개해드립니다.

강연이 끝난 후, 최상재 위원장님과 "함께하는 대구청년회" 회원들과 기념사진.

#. 언론악법 날치기되던 날,
“학창시절, 욕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친구들이 참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언론악법 날치기 되던 그 날. 그날 하루에 평생 한 욕보다 더 많은 욕을 한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장석 방어를 하면서 돌아가면서 투표를 했는데... 국회 본회의장이 꽤 큽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165명이 투표하는데 불과 1분 40여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연습들을 해오셨는지...”

#. 언론악법 무효 서명운동,
“200만명이 동참해주셨습니다. 4,000만 국민 중에 별 것 아닌 숫자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200만명 서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100만, 200만 서명운동들이 있었지만, 반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갖고 진행했던 겁니다. 이번엔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에 200만 명이 서명을 해주셨다. 그만큼 반대여론이 많았다는 겁니다.”
“거리 서명에서, 20~30대 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특히 여성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것 같습니다.”

#. 헌재 판결,
 9명 재판관 중. 3.5명 정도만 객관적으로 판단하려했고, 나머지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겁니다. 3명은 ”절차적 명백한 위헌, 위법 하자로 무효“ 주장, 나머지 3명은 ”하자는 있으나 유효하다.“, 나머지 3명은 ”위법, 위헌한데... 우리 입으론 무효라고 말하기 싫으니깐, 저지른 곳에 가서 결정하세요.“라고 한 것. 사실상은 위법 위헌한 내용들이 분명히 있기에, 국회에서 치유하라는 것이 결정의 핵심이었습니다. 야당에서 요구했던 것이 “무효라고 선언해주십시오.”였기 때문에 청구가 기각된 것이지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기각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건 웃기는 겁니다. 
 방송사, 언론사들이. “기각되었으니 언론법은 유효”라는 식의 조, 중, 동 프레임에 말려서. 사실상 유효라는데 방점을 찍다보니 더 큰 혼란이 생겼습니다. 10,000배 끝나자마자, 단식을 바로 들어간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헌재 판결이 무책임한 판결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긴 것인데. 이 부분을 제대로 보도 해 달라 했었습니다.

#. 현재 상황,
 MBC포함해서, 상당히 잠식이 되고 있는 상황. 작년처럼 날카로운 보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층부가 장악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엄기영 사장, ‘방문진’에 의해 1주일에 한 두 번씩 불려가서 들들 볶입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글 쓴 거 보면, 얼마나 집요하게 당하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예 성경책 구절을 놓고,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면서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부장급들이 데스크를 봅니다. 기자들이 올리더라도, 데스크에서 빼버리면, 방송하기 어렵습니다. 올곧은 기자가 있다한들. 작심하고, 물을 먹이겠다 생각하면 아예 한 달 동안 ‘킬’시킵니다. 보도 자체를 죽여 버린다는 겁니다.

 쌍용차 투쟁. “왜?”라는 부분은 잘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공권력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짓밟았던 상황은 유일하게 돌발영상을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기자는 돌발영상팀에서 쫓겨나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편파보도’랍니다. 그럼 공정한 것은 뭘까요? 노동자가 경찰을 패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겠죠. 그러나 그것도 보도 되어야겠지만, 공권력은 국민들이 맡겨준 힘이고,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정도로 최소한으로만 행사해야 하는 겁니다.

대구 MBC

#. 언론장악. 그 이후는? 
 언론이 장악되고 나면, 교육에서부터 모든 곳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 관철시키고, 공공부문은 사유화 하려 할 겁니다. 이름은 선진화라 붙였지만, 여기에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일자리가 큰 문제인데. 공적 부분에서 일자리 유지하고 조금씩 더 늘여나가지는 못할망정, 실업률 낮춘다며 좋은 일자리는 더 줄이고 있다. 이런 행태들이 언론에 의해 감시/비판 받지 않으면 훨씬 쉽게 행해지게 됩니다.

#. 우리의 대응은? 
 워낙 많은 문제들이 있어서, “언론악법”이 묻히게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연말까지는, 적어도 4대강 문제, 용산참사 해결, 아프칸 재파병, 민생 예산, 공공부문 사유화, 노동법, 농민들 쌀문제 등 등 최대한 한 번 힘을 다 모아보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모이면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단 우려도 있지만. 그런 힘들이 다 모여야 강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월. 국회의원 선거 끝났을 때. 이제 다 죽었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정권 바뀌면. MBC손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언론에 대한 공세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을 했기에... 과반수는 넘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 정권에선 작년 연말까지 미디어 관련 법안 통과시키고. 6개월 동안 조, 중, 동 방송 정착하게 만들고. 지자체 선거에 가서, 다시 한 번 장기집권 토대를 구축한다가 시나리오였을 겁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근 1년 동안 조금씩 밀려오긴 했지만 방어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싸움의 성과는... 비록 상당부분 장악당하기도 했지만. 의료부분 민영화, 공기업 사유화. 이런 부분들이 시기적으로 집권 후반기로 넘어가게 만든 것 같습니다. 집권 하반기 들어서면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지자체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반대하는 연합전선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길 겁니다.

 문제는 12월. 예산국회. 통상적으로 연말이 되면 여-야가 싸우게 되는데, 여당이 단골 손님처럼 꺼내는 카드는 “민생이 시급한데, 야당이 발목잡는다.”는 겁니다. 이 지점에 대중들은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싸움을 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야당 입장에선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같은 경우는 오히려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4대강 예산 관련 숨겨둔 예산이 많을 겁니다. 수 십, 수 백년에 걸릴 일을 불과 몇 년에 하자고 하는 겁니다. 그런 예산을 복지와 교육을 넘기자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불리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야당이 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압력을 줘야 할 겁니다. 그런 역할은 시민사회, 노동단체 등에서 해줘야 합니다.


# 첨언, "정권 뿐 아니라, 언론도 시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감시대상입니다."
 감시 대상이 또 하나 있습니다. 언론입니다. 제가 강연한다고 해서 ‘가깝다’ 생각하시기만 하면 안 됩니다. 어쩌면 착시현상일수도 있습니다. 전체 언론인 숫자에 비하면, 움직이는 사람은 1/10밖에 안됩니다. 이런 저런 단체에서 상을 주실 때도 나가기 송구스러운데... “잘 싸운다.” 칭찬 받을 게 아니라, 왜 그것밖에 못 모이냐 꾸지람을 들어야 할 상황...
 완전히 독재 정권이면 그때는 눈치 안보겠지만, 언론인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독자나 시청자입니다. 독재 정권은 한 쪽은 무자비하게 두들겨패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하루 아침에 “월급 2배”같은 당근을 줘버립니다. 지금은 정권에서 접수를 하려고 하긴 하지만, 그 속도를 시민들의 ‘저항’으로 늦추고 있기에 아직은 정권보단 독자와 시청자가 더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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