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동구의회 의원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을 '풍물거리'

황순규 2010. 3. 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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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랜만에 동대구역 인근에 있는 '풍물거리'에 다녀왔습니다.

1989년부터 동구청이 풍물거리라는 이름의 '노점 허용 구역'으로 지정해서, 25개의 포장마차가 영업을 하던 곳이 바로 풍물거리입니다.

 

 

이미 작년 12월, 동구청에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및 동대구역세권 개발지역이라는 이유로 '철거'를 하기로 '통보'를 하고, 강제 철거에 나선 바가 있었습니다. 당시, 너무 '일방적인' 동구청의 자세에 민주노동당 동구지역위원회를 비롯 시민단체들이 함께 반발을 했었고, 결국 상인들은 동구청과 올 9월까지 영업, 그리고 추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방도로 산불감시요원 등을 약속받았습니다.

 

10월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는데,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철거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아니면 아쉬워서인지 상인분들 몇 분이서 자리를 잡고 술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일방적인 '철거'가 잠시 진행되던 그 때, 기자회견하고 간담회하고 한다고 당에서 몇 번 도와드린 '인연'으로, 철거를 몇 일 앞 둔 오늘 인사차 들린 것이었기에 두런 두런 얘기도 나눴봤습니다.

"20년인데, 20년... 가족들보다도 더 가깝게 부대끼고 얼굴마주보며 살던 사람들이 여기 같이 장사하던 사람들인데, 이젠 자주 보지도 못하지 뭐. 집도 여기서 가까운데, 헐리고 난 자리를 보면 괜히 씁쓸 할 것 만 같네."라고 말씀하십니다. 누가 뭐라 그럴까봐, 더 신경써서 청소도 하고, 주변 자율 방범도 하고, 공원 화장실 청소도 해온 세월이 20년인데...

 

마침 동성로에 있던 노점 철거 문제도 있고 해서 KBS에서 취재도 나오셨더군요. 상인 아주머니 한 분 인터뷰를 하는데, 아주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왈칵난다고 하시네요. 인터뷰가 끝나고는 별로 한 것도 없이 찾아뵙고, 얘기듣고 한 게 전부인, 저희들에게 고맙웠다고 해주시니-; 부끄러울 뿐입니다. (정확하게는 송영우 동구위원장님에게 ^-^;; 기자회견 준비와 웹자보 만든 것 말고는 한 것이 없었던 저로써는-;; 같이 고맙다 소리가 너무 머쓱..........................)

 

 

 

포장마차... 노점... 과연 '철거'만이 능사일까요? 당시 이 문제가 붉어졌을무렵. 대구KBS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지역의 사례들도 다뤘는데, 다른 방안들도 충분히 모색해서 하기도 하던데 말입니다.

 

요즘 돌아보면 동네 어귀, 혹은 어느 '곳'에서도 포장마차 찾아보기 힘들죠?

언제인가 술 진탕 마시고,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과 함께 우동에 소주 딱 한잔만 더 먹고 집에 가자면서 찾아가던 그런 '곳'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드네요. 이제 몇 일 뒤면 '풍물거리'도 한 때 그곳에 그런 곳이 존재했었지... 정도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 것인데. 아쉬워서 끄적여봅니다.





*** 2008.09.29. "아직 젊다!" 블로그에 남겨둔 글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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