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한국게이츠 투쟁 승리 문화제 연대사

황순규 2021. 6. 28. 11:01
728x90

가끔이죠. 일주일에 한 번이니깐.
달성공단 김흥네거리에 현수막 들고 섰었어요. 이것도 매주 하려니깐 녹록찮데요.
시청 앞 농성장도 차려진지 꽤 되었는데.
얼마 전에서야 당번으로 하루 지켰어요.
농성장 당번이. 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자세 흐트러지면 지나가는 사람이 우습게볼까 싶어서 퍼지지 않고 자세 잡고 있는 게 좀 피곤하데요.

별 일 아닌데.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좀 편하거든요. 가끔 게이츠 동지들이 ‘고맙다’고 하시던데. 솔직히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민망했어요. 고맙다 소리쯤 들으려면 머릿수가 됐든, 법안이 됐든 뭐 좀 큰 힘 보태야 했을텐데요. 그래서. 늘 아쉽고. 늘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직장을 잘 다녀도 학원비에 생활비 제대로 못 맞추면 미안하기 그지없는데. 멀쩡한 직장에서 짤려서 가족에게 미안하고. 끝까지 함께 싸우지 못해 동료에게 미안하고. 머릿수라도 더 보태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니 짤릴 때 짤리더라도. 어렵다고 하면 같이 앉아서 해법이라도 찾아봤으면 그래도 나았을텐데. 가족 같은 운운할 땐 언제고 ‘폐업’ 해놓곤 끝이었죠. 청춘을 바쳐 일한 곳에서 이딴 대접 받은 스스로가 한 없이 부끄러웠을테죠.

내가 못나서. 우리가 힘이 없어서 그러는갑다. 싶으니깐 미안하다. 미안하다의 연속입니다.
정말 그런겁니까. 공장을 흑자폐업하고, 노동자를 단칼에 잘라도. 돈만 잘 벌어가는 투기자본이 있는데 왜 미안함은 우리 몫입니까. 멀쩡한 회사 문 닫고 먹튀해도 괜찮다고 만들어 놓은 무능한 정치권이 있는데 왜 우리만 미안해해야 합니까.

1년 동안 사태해결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소중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졌던 만큼. 이겨야만 한다는 마음이 켜졌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무너지면 또 누군가가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생겼어요.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돈과 권력이 전부입니다. 돈도 안 되는데 와 저라고 있노 카겠죠.
그래서 지금처럼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을테죠. 저들은 몰라요. 우리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그런데 이게 우리 힘이에요. 미안해 할 줄 알고, 손 맞잡을 줄 아는 거 말입니다. 저들은 돈 되냐 안되냐가 관건이지만. 우리는 돈 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벌써 1년입니다. 그 간의 고생을 어떻게 말로 다 담을 수 있겠습니까.
더는 미안해하지 맙시다. 이제는 버티는 것을 넘어 한 발 더 나갑시다.
노동자 생존권은 아랑곳없는 먹튀자본에게 책임을 지웁시다. 팔짱 끼고 관망하는 정치권에 책임을 지웁시다.

그 싸움, 외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언제든 손 맞잡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2021.6.25 18:00
한국게이츠 흑자폐업 철회와 14명 해고노동자를 현장으로! 한국게이츠 투쟁 1년 문화제

반응형

'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캠프워커 온전한 반환 촉구 기자회견 발언  (0) 2021.07.23
다시, 진보집권의 꿈  (0) 2021.07.07
21.6.22  (0) 2021.06.22
대구경북지역 마트노동자 대회에서,  (0) 2021.06.21
21.6.19 마트노조 파업 연대사  (0) 2021.06.21